5. 어떤 해몽
옛날 어느 곳에 꿈풀이를 아주 잘 하는 사람이 살았다. 말하자면 해몽을 잘
하는 점장이지. 또 그 옆집에는노총각이 한 사람 살았는데 이 노총각은 고집이
세고 남의 말을 잘 안들어서 남들이 모두 옆집 점장이를 용하다해도, "쳇
꿈풀이라는 건 다 엉터리고 거짓부렁이야. 그걸 믿는 사람이 바보지."하고
도통 믿으려고하지 않았단다.
어느
날 밤 노총각이 꿈을 꿨는데, 딴 일은 없고 그저 밤새 엉엉 우는 꿈을
꿨어. 꿈속에서 밤새도록 엉엉울다가 깨난 거야. 깨나고 보니 꿈이 참 이상하거든.
그런 꿈을 꾸고 그냥 있기가 찜짐해서 옆집 점장이 영감을 시험도 해볼 겸
건너갔단다. 가니까 점장이가 막 일어나서 세수하고 마루에 앉아 있더래.
그래 간밤에 꾼 꿈을 이야기하고 해몽을 물으니까 "그럼 공짜로
먹을 것이 생기겠군" 그러거든.노총각은 속으로 '흥, 먹을 것이
다 뭐야. 이 흉년에, 다 거짓부렁이지.'하면서 그 집을 나왔어. 그런데
참 신통하게도 그 날낮에 먼데 사는 친구가 닭을 잡고 술을 받아 가지고
찾아왔더래. 그래서 공짜로 잘 얻어먹었어. 해몽이 딱 맞아떨어졌거든.
그래도
이 총각은, '쳇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겠지. 제가 앞일을 어찌 알아?"하고
말았단다.
며칠
뒤에 이 총각이 또 꿈을 꿨는데, 이번에도 그냥 밤새 엉엉 울다가 깨났어.
똑같은 꿈을 두 번 꾸고 나니까 아무래도 가만히 있을 수 가 없어 또 점장이를
찾아갔어.
그랬더니 똑같은 꿈인데, 전에는 공짜로 먹을 것이 생기겠더니 이번에는 공짜로
새 옷이 생기겠다는 거야. 총각은 이번에도 믿지를 않았는데, 아 그날 낮에
먼데 사는 조카가 새 옷을 한 벌 지어 가지고 왔지 뭐야.
올해
무명 농사가 잘 되어서 친척들 옷을 한 벌씩 지었다고 하면서 가지고 왔어.
그래서 새 옷을 얻어 입고 보니 그 참 신통한 일도 다 있다 싶었어. 그래도
이 총각, 애써 해몽을 안 믿으려고 했어. 며칠 뒤에 총각이 또 밤새 엉엉
우는 꿈을 꿨어. 똑같은 꿈을 세 번째로 꾼거야. 이번에는 뭐랄까 하고
점장이를 찾아갔지.
점장이는
" 오, 그래? 오늘은 조심해야 겠군. 그게 두들겨 맞을 꿈일세."
똑같은
꿈인데, 처음에는 공짜로 먹을 것을 얻어먹겠다 하고 두 번째는 새옷 한벌
얻어 입겠다더니 이번에는 두들겨 맞겠다고 하거든. 총각이 이번에도 믿지를
않았는데, 그 날 낮에 들에 갔다 오다가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 동네 사람
장기 두는 데서 잠깐 쉬었어. 쉬면서 장기 두는 걸 보고 차 놔라 포 놔라
훈수를 했지. 그랬더니 장기에 진 사람이 화가 나서 장기판을 들어 엎고
싸움을 걸어서 흠씬 두들겨 맞았네. 집에 와서 끙끙 앓다가 생각해 보니,
이 세상에 해몽이 어쩌면 이렇게 잘 들어맞는가 싶어. 이쯤 되니 총각도
해몽을 안 믿을 수가 없게 됐단 말이지. 하도 신통해서 그 이튿날 옆집
점장이를 찾아가 물어 봤어.
"영감님은
무슨 재주로 꿈을 그렇게 잘 푸십니까?" 했더니 점장이가 하는
말이, "해몽이라고 별 것은 아니라네. 세상 사는 이치와 똑같은
게지. 밤새 엉엉 우는 건 어린아이밖에 더 있나? 어린아이가 처음에 울면
배가 고파 우나 보다 하고 먹을 것을 주지. 먹을것을 줬는데도 울면 옷이
젖어서 그러나 보다 하고 새 옷을 갈아 입혀 주지 않나? 그런데도 또 울면
괘씸하다고 엉덩이 한 차례 얻어맞기 십상이지. 그래서 그렇게 푼거라네."
하더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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